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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 풍경
일상 & 작은 생각들
2017. 8. 28. 10:58
KTX 창가 쪽 자리에 앉으려고 기다리는데 바깥 좌석의 할머니가 자리를 늦게 비켜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내 좌석에 놓아둔 이런저런 물건들을 치우느라)
"아닙니다 천천히 하세요."
옆자리에 여자가 앉아서 좋다고 했다.
남자들과 좋지않은 경험이 있는 듯.
옆에서 다리를 내내 떨어 속이 울렁거리게 한 늙은 남자 아저씨 때문에 물건으로 칸을 치고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낯선 이와 같이 앉게되는 것은 편한 일은 아니나 엄청 괴로웠던 경우는 많지는 않은데, 노인들과 앉게되면 거의 겪게되는 문제가 '냄새'.
묵주의 기도를 하고 난 후 먹을 것도 나눠주시고 자꾸 말을 걸어왔으나 나의 오른쪽 코와 목은 착석 후 5분 즈음 지나자 냄새로 인해 아프기조차...
짧은 시간동안엔 '예의'로 대할 수 있지만
차별이 아닌 차이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름'은 있으며 그로인한 불편은 있을 수 밖에...
대전에서 내리는 할머니는 잘 가라고 하면서 딸 쳐다보듯한 그윽한 눈길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빈자리와 주위를 8명의 50대 중반 아줌마들이 새로 채워 긴장.
와작작 떠들 것 같은.
그런데,
아주 느리고 크지않은 충청도 사투리로 말하면서 20분 넘게 뭔가를 끊임없이,하지만 조용히 나누어 먹고있다.
쥬토피아에 나왔던 나무늘보가 떠올라 순간 미소.
이 정도라면 두런두런 소리에 스르르 잠까지 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던 차, 아줌마 일행 중 한 명이 통화를 시작. "너 요새 왜 목욕탕에 안나와아~?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내 옆 자리 아줌마가 나직한 소리로 "조용히 말혀어~."
뒷자리 아줌마들은 다람쥐들처럼 조용히,분주히 뭔가를 꺼내먹고.
이 정도면 수서에 도착할 때 까지 눈을 잠깐 붙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