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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응축된 작은 가방
일상 & 작은 생각들
2018. 5. 17. 20:01
월넛스트리트를 따라 유펜으로 가는 도중에 보면 겉은 이끼와 풀로 덮혀있고, 속에 소박하게 작은 꽃을 심어놓은 작은 핸드백 모양의 화분이 길 펜스에 걸려있다.
아무런 설명이 적혀있지 않아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 긴 길 내내 그런 종류의 설치물이 그것 하나여서 잠깐 의아할수도 있는데, 사연을 아는 사람들에 의해 구전으로 전해지는 아주 슬픈 사연이 서려있다.
2014년 와튼 학생이 그 부분에서 걸어가다 갑자기 뛰어든 차를 피하느라 몸을 밑으로 던졌는데 심하게 다쳐 죽었단다. 가방화분이 있는 지점에서 내려다 보면 밑이 엄청 깊고, 절박했을 그 순간이 떠오르고, 화분을 조용히 돌보면서(아마 부모라고 여겨지는) 놓지 못하고 있을 끝없는 슬픔과 그리움을 같이 느끼게 된다. 그 거리를 오고갈 학생들, 부모들, 행인들에게 조용한 애도를 잔잔히 받으면서 영혼이 위로받고 있을거다.
도시의 몇 군데 높은 곳에서 말을 타고 주위엔 분수가 장식되어 있지만 누구인 지 관심받지 못하는 역사적인 인물의 동상들보다 조촐한 가방화분이 가슴 속에 훨씬 진하게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