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티아고

일상 & 작은 생각들 2018. 6. 13. 15:43

아침에 투표를 하고 가까운 산에 올랐다.
작은 배낭을 한쪽 어깨에 매고, 땀을 많이 흘려 셔츠가 젖은, 등이 약간은 굽은 듯도 보이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측은.
요근래 몇몇 부부들의 남편 이야기를 듣다보니 우리 부부는 어떤 대화를 하고있나 돌아보기로.
아무래도 여자인 내가 훨씬 말을 많이  해왔음을 새삼 느껴 오늘 산행에선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말만 하면서 자연을 느끼며 걷기로.
작은 산을 넘어, 점심식사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기 까지 둘이 나눈 말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나름 편했다.
조용히 뒷산 오르다보니 미니 산티아고  가는 길이 되었다.

그후 남편의 대화방식 때문에 속상한 친구와 전화.ㅡ혼자 일방적으로 이야기하지 말고 남편쪽의 대화분량만큼 맞추다보면 그쪽도 이야기를 시작할지도. 심연  속으로 가라앉아 있는 사람은 어차피 남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있으니, 굳이 혼자 이야기하다 난데없는 반응에 속상해하지 말고 상대방 상태도 살펴보고, 간간히 질문도 해서  대화로 끌어들이고.
그리고 대화기술엔 문제가 많아도 다른 장점들이 있을테니 그쪽에 촛점 맞추어 좋게보고 살아가라고. 자동차 바퀴 alignment  하듯  서로 장점,약점 보완해서  균형 맞추어 살아가야지 않겠냐고.

이런저런 말 끝에 나보고 같이 산티아고 가잔다.
안된다고 했다.
왜냐면 나는 말하길 좋아해서 침묵하고 걸어가는 다른 이들에게 방해가 될거고, daily basis로 그날 일은 그날로 대게 마음정리를 하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오래 길을 걸으며 정리할게 부족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