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지켜보기

일상 & 작은 생각들 2018. 12. 9. 15:18

한가한 일요일. 오늘은 마음먹고 거실에 앉아 책도 읽고 간간히 졸기도 하면서, 창밖으로 새벽에 해가 뜬 후 그리고 옆 동에 가려 직사광선이 막히는 오후 1시반까지의 해의 움직임과, 그로인해 거실 바닥에 만들어지는 무늬를 계속 지켜 보았다.
 워낙 방음이 잘되어 바깥으로 내다보이는 거대한 아파트 숲들은 현대미술의 한 장면처럼 고요 속에 정지. 화면 속에 햇빛만 방향을 바꾸는 유일한  움직임.
지금의 상태가 참 좋은데 2년 후면 바로 앞에 35층이 막아버린다. 오늘 해의 고도를 따져보니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확률이 많다. 땅바닥을 내려다  보면서 그 아파트와의 거리가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길,  건물이 들어가지 않는 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길
바랬다.
이제 햇빛은 서쪽으로 향했는데 바깥 풍경 속의 많은 건물들은 창문이 없는  콘크리트 벽쪽에 빛을 받고 있다. 건물의 온도는 올려주겠네...
그러다 생각했다.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더라도 낮.
저녁이 되면 모든 방향의 집들이 어둠 속에 잠기니 낮의 그림자 빛에라도 만족하며 마음을 달래야지...라고.
없거나 안되는데 속상해하지 말고 물러서서 만족하는 방향으로.
아직 2년은 남았으니  그 기간동안 충분히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