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과 청계천

일상 & 작은 생각들 2019. 6. 16. 04:06

어제 낮, 인사동 화랑에서 만난  한 전시회에서 충격을  받았다.
몇 년전에 코엑스에선 그리 잘 그리진  않았지만(지도 선생의 도움을 받지않았나...하고 느껴지던) 그래도 던지려던 메세지가 느껴졌던 가수 솔비의 일러스트 작품을 이번엔 몸으로 그린 추상화 형태로 만나게 된 것.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만들어 낸 궤적에 물감을 쏟아 붓고, 밀어내면서  행위 미술로 자신의 상처를 표현해낸 작품들.
방법에선 다른 이들도 시도했던 것이라 새로울 것은 없지만, 버닝썬 사건, 장자연 사건이나 그런 류의 사건을 보여주던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그런 일이 벌어진 장소의 현장에서 날 것의 상처를 들여다 보고 있는 느낌.
찬찬히 보고 있으니 전시관계자 한 명이 다가와 고맙다고. 작품에서 너무나 큰 아픔이 느껴진다고 하니 작품들 완성 후  집어넣고 피하다가 엉엉 울고 겨우 극복하고 꺼내 전시했다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파괴 모습이 떠올라 이 그림은 구매해서 보기가 힘든 작품이라 그녀에게 말했다. 모든 것을 극복하고 계속 나아간 60대의 그림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나누고 진작 화가인 그녀와는 아무 말없이 사진만 찍었다.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으나 화가로서의 몸부림에 가까운 시도에 마음 속에 위로와 격려를 가득 담아.
그리곤 청계천을 산책. 오후 7시 즈음의  아직 밝은 낮기운  속에 행복한 사람들이  거닐고, 앉아있고, 거리의 음악가들에게 잔잔한 박수에 돈도 놓고 가고. 청계천이 이렇게 훌륭한 도시 안 휴식공간이었음을 새삼 느꼈다. 물가에 앉아 서울 곳곳을 짚어보니 매력적인 장소가 참으로 많구나~다시 깨닫게 되었다.  미국을 다녀왔기에 새로운 눈으로  서울의 진가를 볼 수 있게 된 것.
서울 거리를 보고싶어 지하철을 타지않고 일부러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서울이 아름답고 깨끗하다는 걸 느꼈다.
미세 먼지나 정치, 사회적 상황 때문에 이민갔거나 가고싶다는 사람들이 '즐거운 지옥과 지루한  천당'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고민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라던데
문제들이 잘 풀려 우리나라가 '즐거운 천당'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