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바람막이

일상 & 작은 생각들 2019. 7. 4. 01:19

남편이 출장간 지난 열흘간에 시작된  마음여행에서 오늘까지 네 단계 정도를 걸쳐 얻은 작은 답을 정리해본다.
첫단계는 막연하게 형체없는 외로움이나 불안을 조금 느껴 책읽기나 신문보기, 운동으로 메꾸었다.
둘째 단계는 친한 친구가 같이 저녁 먹자하여 이런저런 이야기. 주말부부 3년 반째라 노후에 혼자 남게 될 때에 대해 평소에 많이 생각한다고. 주중에 혼자있을 때 많이 심심하지만 성격이 깔끔해서 나에게 난데없는 방해될 까 조심 조심 연락하는 친구인데 나또한 비슷한 마음이라 같이 만나면 즐겁고 위로 받는다.  잔잔히 이야기 나누고 위로하는 이가 있어 좋다.
세째 단계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면서 느꼈다. 집에서  책 읽을 땐 급하게 끝낼 이유도 없어 슬슬 보다 잠이 들기도. 도서관 까페에 자리가 없어 5층 자습실엘 갔더니 어른, 나이든 노인도 있었지만 중고등학생들이 숨죽이고 장시간 공부하는데, 한참 뛰어놀아야할 시기에 몇시간을 숨소리도 들리지않게, 미동도   않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애처로웠다.
미래를 위해서지만...
850페이지 전문서적을 하루에 100페이지(영어 원문이 많아 신경을 써야하는)씩 읽어내려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공부하는데, 강의듣기는 수동적 input이지만 공부는 고도의 집중력과 의지를 동반해서인지 정신고양이나 심리적 만족도가 높았다. 교양서적을 넘어선 깊은 주제를 밀고나아가려 한다.
왜 공부하는가? 보다는 일단 하고 싶은 분야라서. 이전에도 좋아서 했던 것들이 조금씩이라도 바탕이 되고 서로 연결되어 도움이 되고 있으니.
네번째 단계는 유의미한 만남이 일으키는 '관계'의 소중함에서 깨우치게 됐다.
올해 들어 친하게된 몇 사람들ㅡ동년배, 윗사람도 있고 열 한살 아래도 있다.ㅡ함부로 친구를 만들지 않는데 이들은 새로 만난 사이인데에도,  쌍방이 자연스레 편하게 가까워졌다.
11살 어린 그녀는 공대출신이고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알아서 자기 일을 하는 바람에 너무 빨리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된, 전업주부 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능력자인데 이야기 나눌 수록 여러 분야에 관심가지고 공부하고 있었고 경제통이기도 하고. 오늘은 사누끼 우동을 사겠다고 데려간 일식집, 아인슈패넬 커피점에서 같이 2시간  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에 40대의 야구평론가가 인문학적으로, 낭만적 시각으로 풀어낸 스포츠 강좌ㅡ예를 들어 아무 쓸모없는 것들이나 무용한 것들이지만 사랑하고, 포기하지 못하고. 가는 길이 어딘 지 모르지만 가면서도 마음 기댈 곳, 변하지않고 있어 찾아가는 곳이 야구장, 축구장이라는. 같이 해 온 시간, 현실에선 배제하는 가치들에 발목잡혀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스포츠가 인간에게 갖고있는 의미의 한 면이 아닌가(이렇게 간단히, 두서없이 옮기면 강사에게 미안하지만) 까지 저녁에 듣고 들어오면서, 4단계는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 나누기임을 깨달았다.
결국 인간은 혼자는 살아가지 못하고 서로 의지하지만 선한 기운을 가진 각자가 각자를 서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으로 느끼는 중.
우울하게 마음이 가라앉아 약해지기를 인생의 악마는 뒷짐지고 따라다니며 지켜볼거다.
열심히 잘 살고 감사하고 진심으로 남과 마음 나누고 귀하게 대하기.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살아내려면 필요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