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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저민 살라미 햄을 보다가
일상 & 작은 생각들
2019. 7. 17. 12:20
얇게 저민 작은 동그라미 모양의 살라미 햄을 보다가 그녀의 심장을 떠올리다니...
계속 이혼하겠다는 그녀를 뜯어말렸는데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그런 것 아니었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짧지않은 세월 동안 처음부터 두 사람 사이는 오고가는 말투부터 날카로웠지만 어느 날 그녀의 차를 타고 갈 때 그녀의 남편이 걸어온 전화 속 목소리가 따듯했고 순수해서 그동안은 그녀에게 그 점을 부각시키며 참으라고 했었다. 그녀도 자기 남편이 그녀를 존중하고 좋아한다고 했었고. 하지만 최근 다녀갔을 땐 아마 자신에게 정내미가 떨어지고 싫어할 거라고. 그간 서로에게 말과 행동으로 주고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말로만 전해들어 실제 내막은 몰라 그런진 몰라도 그들 각각은 나름 괜찮은 사람들인데...
그녀가 사들고 온 작은 화초가 싱싱하게 잘 자라 두 달도 안되어 분갈이를 해줄 정도로 생명력이 넘치는데, 그리고 생존하겠다고 그들 둘 다 각자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정작 서로에 대한 그들의 심장 근육은 물기가 다빠지고 말라버린 살라미를 연상시키니 결혼을 잘 이어나가기가 힘든 일 인듯 싶다.
결혼생활을 그럭저럭 이어나가는 부부들에게도 심리적 갈등, 불만이 무수히 일어나고, 건강문제까지 쓰나미처럼 맞게되는 노인 부부들은 짊어지는 문제들이 점점 커가는 듯 한데 '자신의 남편과의 결혼이 삶을 파괴시겼다.'는 60대의 여교수의 말을 들었을 때 섬뜩 하기도.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그녀가 가진 정신적 문제로 상대방이 끝없는 괴로움을 겪었고 그녀와의 결혼이 오히려 벗어날 수 없는 나락을 그에게 준 것 같은데.
재잘재잘 즐겁게 말하며 손잡고 다니는 젊은 커플들이 결혼 후에도 대화라도 나눌 수 있으려면 들여야하는 노력과 수양이 얼마나 많이 요구되는 지 알아야 하는데. 더이상 상처나 섭섭함을 받지않기 위해 마음을 닫고 침묵을 선택한 부부들의 심장 근육이 이미 살라미화 되어있음이 원래 인생이 거쳐가게 되는 큰, 한 부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