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둘째 날

일상 & 작은 생각들 2019. 7. 22. 10:13

낯선 여행지를 효율적으로 다니는 방법은 현지 교통망을  빨리 익히고 타고 다니기.
메트로, 버스, 트램, 아센소르를 모두 타면서 도시의 교통망을 익히며,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바이샤, 호시우, 바이루 알두, 시아두를 돌아다니기 시작.
한국여행 책자의 도움을 받으며 조국과 국어가 있으니 이렇게 좋구나 싶었고 보조로  구글맵의 도움을 받으니 이제 자유여행이 세월이 조금 지나면 자율여행이 될 듯.
버스를 타고 코메르시우스 광장에서 하루 일정을 시작했는데 땡볕인데도 양산을 쓰는 이는 어쩌다 한 두명의 중국인이나 한국인. 양산을 쓰지않는 이유는 여름휴가 기간 중 선탠 목적도 있겠지만 붐비는 관광지에서 양산살이 혹 찌르거나 경관을 막으니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으려는 배려인 듯 싶다. 땡볕에 줄을 서서 표를 사더라도 차양막을 설치해주지 않는다. 개인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는 듯. 선글라스와 모자, 긴 스카프로 해를 가리는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로 삐적삐적 큰 자리를 차지하며 걸어가는 중국인 2 명이 낯선 광경으로 다가왔다. 서울가면 나부터도 양산을 꼭 들고 외출하는데 말이다.
바닷가에서 시작한 광장에서 도심으로  올라가는아우구스타 거리는 대로이지만 올리브 오일, 비누, 기념품같은  소박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있는데 관광용품 가게는 터키인, 수퍼는 인도인들이 장악한 듯. 유명식당은 그래도 포르투칼인 경영이 많고.  파궤이라 광장에서 산딸기로 만든 진지라를 기분좋게 마시고,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 조망대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우마 마리스스퀘이라에서 아로즈 드 마리스쿠로 점심식사. 되도록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려고 매번 다른 메뉴를  선택하고 있다.
그후 굴베키안 미술관으로 옮겨 컬렉션을 보며 그간 익숙했던 프랑스,영국,이탈리아, 미국,러시아식 컬렉션과 어떻게 다른 지 느낌을 읽어봤다. 크고 웅장한 작품들보다는 아담한 느낌의 작품들이 많게 느껴졌는데 궁전, 수도원 규모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딸린  정원도 요란하지  않아 14,15세기 해양무역을 제패했던 화려했던 기개는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사라졌나 싶기도. 거리나 해변에서 들리는 음악이 브라질풍이어서 처음엔 생소했었다. 그리고 수준 높은 기타연주도 많이 들려 스페인  분위기도 나고.
브라질을 정복했었지만 백파이어로 오히려 브라질 문화가 잠식해 들어온건지.
'숙명'이란 뜻의 라틴어 Fatum에서 유래했다는 Fado 소리가 골목 음식점에서 흘러나왔지만( 코임브라 스타일의 남자가 부르는 Fado와 더불어) 무어인 지배, 스페인의 침략 ,지배  등  과거의 영화 이후 쇠락의 비애가 담긴  건지.
아센소르 다 글로리아를 타기 위해  상페드로 알칸타라 전망대는 잠깐  보고 타고 왔던 길을 걸어 내려오는데, 양 옆 벽에 온통 그려놓은 그래피티를 보며 '포르투칼적인 개성'이 남아있나? 점점 희미해지는 건 아닐까 의아. 저녁은 산투 안토니우 드 알파마에서 먹었는데 알파마 골목 안에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거의  30분을 헤맨 후 동네 주민, 다른 식당 웨이터, 3층 골목 숙소에서 창밖을 내다보던  어떤 여행객 등 거의 10명의 도움을 받아 나중엔 오기로도 끝까지 찾아내 갔지만 정말 맛있었고 추천할 만한 식당이다.
그외 많은 곳을 다녔지만 여행 안내처럼 다 쓸 수는 없고, 어쨌거나 리스본 방문예정지의 3분의 2즈음을 박음질하듯 알차고 꼼꼼하게 다녀 3일 째 여행엔 더 박차를 가할 자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