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 먹으며 대하드라마를

일상 & 작은 생각들 2019. 8. 2. 03:49

A는 수업을 듣다 친해진 동갑내기 짝지이다. 아들 셋이고 유기견 두 마리를 거두어 돌보고 그림을 그리며 성당봉사도 열심히 하는 예쁜 사람이다. 수업 후 걸어가는 방향이 같아 같이 이야기하며 잘 지내는 사이인데  수업을 가르치는 B가 그녀와 내가 둘이  잘 어울린다며 자기도 동갑내기로 끼어달라고.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혈액형도 같다는 거 알게되고.
일단 대화가 되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면 나의 경우 남녀구분을  하지않고 그냥 편히 이야기하는 편이다.무딜 수도 있지만,문제가 생기지않게 행동하는 편이라 상대도 그렇게 반응.
B에게 수업을 열심히 해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A와 점심을 같이 산 적이 있는데 식당 분위기와 대화가 좋았었는지 그후 답례로 계속 밥을 사겠다고 B가 그래서 마음의 부담을 덜어줄 겸 어제 낮에 아주 간단한 점심을 같이 했다. 식후 차도 사겠다고. B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A가 말했다. 되도록 앞으로 B와 같이 식사하지 말자고. 자기 남편이 알면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 조심하려고 한다며.
그 말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르는가보다  하고. A와는 아줌마 수다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 나누어도 B에게는 선을 지키는데 'A와 내가 재미있게 대화하는 모습이 좋았고 집에 가는 방향이 그도 짧게는 겹치니 같이 끼고 싶었던 듯하다.'는 그 정도만으로 B를 여겼는데.
A와 내가 예쁘다는 말은 B가 계속 했었지만 내 보기에 B가 단순, 솔직한 사람으로 보였는데ㅡ언젠가 A가 결석했을 때 B왈 나는 '스스럼없이 사람들에게 대하는데 A는  혈액형 A처럼 느껴지고 거리를 둔다'.고 말해서 B가 솔직하게 말을 뱉어내는 경솔함이 있구나 여겨 'A가  여성스러워서 그런 듯요.'  하고 넘겼는데...
식사 중 A의 말을 듣고나니 내가 모르고 느끼지 못하는 뭔가 있나 싶어 '아이고!' 조심해야지 하고 그다음부턴 밥을 먹으며 A와 B  둘이 이야기하게 했다.
차도 사겠다는 걸 감사하다고 사양하고 A와 걸어오는데 A가 팥빙수를 사겠다고.  그녀가 들려준 자신의 가정사ㅡ시댁 집안에 의처증에 알코올 중독 친척이 있었고, 친정아버지도 여자문제가 많아 남편을 고를 때 그 점을 많이 생각했는데 역시 술이나 등, 그외 여러 어려운 사정을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대하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 그녀가 겪은 일들이 나에겐 생소한 세계이다. 동갑이래도 경험치로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나니. 나보고 청정한 세상을 살았다고. 자기 남편의 그런 경향 때문에 자기가 알아서 조심해야지 그렇지않아도 마음 고생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A와 B가 서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 이제 퍼즐이 풀리는 듯 하다.
A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런 말들을 해줘서. 오래 전 나보고 조선시대라면서 물가에 내놓은 듯 불안하다던 세상경험 많은 건설사 어른도 자기의 인생경험으로 나에게 조언해주었던 것인데 나에겐 그 분이 걱정하던 그런 종류의 일이 전혀 없었으니 인생사 자기하기 나름인 듯.
무난하게 잘 살아온 인생에 감사하고, 속깊은 내용도 다 드러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아줌마 토크'의 유용성은 책, 드라마를 능가하는 때가 많다는 사실을  요즘 많이 경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