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몰라요

일상 & 작은 생각들 2019. 12. 8. 10:34

지나간 TV프로그램인데 유튜브를 통해본 에피소드. 남을 의식하지 않고 미친듯이 흥겹게 춤추는 두 누나 때문에 창피하다는 남동생.
남동생도 진지한 인상으로 나름 잘 생겼고 남편들도 평범한 일반인들 처럼 보였고 누나들인 두 자매 중 큰 언니는 예쁘기도 했지만 당장 연예인을 시켜도 기죽지 않을 카리스마가 느껴져서 재미있게 깔깔  웃으며 봤는데...
우연히 보게된 댓글에서 몇 년 후 그 두 자매가 신엑소시스트 프로에 나와 몸에 들어가 있는 령들을 퇴치하는 굿을 받았다고.
그 프로그램을 찾아가보니 집안은 엉망이고 남편되는 사람은 몸에 문신이 많고 언니되는 여자는 알코올 중독 수준에 횡설수설.
사이사이 눈빛이 섬뜩하고.
퇴마사가 9시간에 걸쳐 의식을 행하면서 4개의 각각 다른 '영'을 몸에서 빼내는데 그 와중에 드러나는 사연ㅡ외가 쪽으로 자살한 사람이 많고 그녀의 자살한 엄마도 들어와 있는 영 중의 하나.
무속 세계를 모르고 굿을 본 적도 없지만 9시간 동안 열심히 울며, 웃으며, 달래가며 진행하는데 나름 엄청난 심리치료 테라피 같았다.
처음엔 방송에 나와 춤 추기 좋아하는 가정주부,그를 보고 웃는 남편  등 일반 가정 이야기로 보였었는데 들여다보니 많은 사연과 아픔, 좌절이 있었던 것.
겉보기론 모른다고 하지만 저렇게 몇 대에 걸쳐 쌓인 애환, 약함을 지니고 살아갈 줄이야.
그런데 그런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생활에선 엄청 강한 척한다. 기도 세고. 마치 일진들이 평범한 학생들 휘두르 듯. 속에는  아물지않고 곪고있는 상처를 겹겹히 지니고 있으면서.
무속인도 참 다감하게 보였는데 억누르거나 야단치지 않고 쓰다듬어 주고 울며 공감하는 걸 보니 대단하다 싶었다.
순하게 무속인의 말을 잘 따르는 걸 보고 그녀가 외롭고 누군가 자신의 엉크러진 삶을 정리해주고 도와주길 바랬구나 싶었다.
나의 경우,위험해 보이거나 정도가 아닌 것은 하지않은 안전한 범생의 삶을 살아왔지만 그것도 '선택'이었으니 답답하다고 좁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