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듣지 못하다

포토에세이 2009. 2. 16. 15:10




문향(聞香)이란 말을 몇 번 새기면서 광양 매화축제에 갔다
.

“향기를 듣다니...참 어려운 일일세”


그러면 코로도 음악을 듣겠네,,,

선문답하기 좋아하는 고승들의 문장 비틀기가 아닐까 의심도 하면서.


그래도  선인들에게 그랬듯이 매화가 말을 걸어주겠지

그러면 뭔가 들을 수 있겠지 기대를 가지고서 말이다.




 

축제 초입 장터에서 마주친  엿장수의 옷차림은

차라리 기생 옷차림을 해도 꽁꽁 싸맸던 옛날 엿장수를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인파치곤 질서도 잘 지키고 조용하다 여기면서

                                           매화꽃이나 매실장독을 구경하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뭘까?

 

 









                        산 전체를 울리면서 굉음처럼 울리는  트로트 노래와 악기반주
.

 

순천 K방송국의 야외녹화촬영

청포묵 두 사발을 얹어 놓은 듯한 가슴을  흔들어 대는 초미니를 입은 중년의 연예인

꽁지 머리를 염색하고 “오빠 믿어 ~~”하면서  바람을 잡는 남자 가수

눈수술 주름 수술을 한 것이 역력한 노랑머리로 염색한 중년의 방청객들이

예행연습까지 해가면서 마치 싸구려 노래방을 옮겨 놓은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 보니 골짜기 초가집에서도  섹소폰 소리가 최대볼륨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고

사이사이 매점에서도  다른 종류의 트롯트들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저들은 무슨 권리로 이 많은 사람들의  자연을 즐길 권리를 빼앗고 있는 걸까

참으며 구경하는데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더 이상 머물기가 불편하여 차를 타고 이동하고자 다리를  건너 하동 쪽으로 오니

그쪽에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매화의 모습은 오히려 아련하니 좋았다.


차라리 한적한 토담집 구퉁이에 핀 작은 매화 한그루의  꽃송이를 보더라도

이제 축제에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강 건너 매화에게 인사를 하는데




 

문득 할머니 한 분이 언덕을 힘들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냥 할머니를 쫓아가 보았다.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한참을 올라 가다가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노래와 춤을 추었고

나도 할머니와 같이 어설프지만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다.


 

할머니 집까지 업어드릴까?”

“아니 아니,,,딸도 그렇겐  하지 않아.”

등을 들이대어도 할머니는 한사코 마다하셨고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 내려오는 길에

나무를 보았다.
말없이 굽은 모습이 할머니를  닮은 듯도 하였다.






 







 

매화가 피는 시골은 이렇게 조용히 세월을 지켜보면서

편안해야 하는데 말이다....










바람소리, 물소리, 꽃소리, 사람 소리가 소리없는 듯  어우러지는 곳인데 말이다..



                                                                                                                                            (2008년 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