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짓

일상 & 작은 생각들 2009. 2. 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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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7명이  여행했을 때 엉뚱한  바보짓을  했다.

사연인즉;

여행 며칠 전  바닷가에 비친 보름달빛이 아주 아름다웠다.

그 장면에 음악만 틀어준다면 바람둥이라 하더라도 순수해질 정도로 기막힌 장면이었는데...

그 며칠 후 여행하면서 일행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차장 앞에 석양이 아름답게 걸려있었다.

순간 나의 입에서 나온 말;


“ 어..,,,지난주에도 보름달이었는데 또 보름달이 떴네.”


순간 차 안에 잠시 혼돈이 일더니 누군가

“저건 해인데요“

순간 “와하하, 깔깔깔‘ 터져 나오는 웃음들.


누군가 놀리면서 덧붙였다.

“석양은 매일 보름달이에요.”


바쁜 일을 처리하느라 바닷가에 내려가 구경하지 못하고

휘익 지나간 것이 잠재의식 속에서 못내 아쉬웠나보다.

그래서  어둑한 하늘을 배경으로 떠있는 해를 순간적으로 달로 여겼나보다...

평소에 말실수를  잘 하지 않다가 멍한 말을 해서인 지

차 안의 지인들은 낄낄 거리고 너무 좋아했다.


그러더니 자신들의 실수담을 한명씩 풀어놓기 시작;


A: "전요 어렸을 때 달이 여러 개 인 줄 알았어요.

    마당에 가도 있고 우물에 가도 있고 모양도 여러 가지 라서."


B: “어려서 식당에 가면 ‘금연’이라고 써 있어서

    나는 올해 안에 빨리 사먹으라고 하는 줄  알았어요."


C; "사자성어 하나 가르쳐 줄까요? ‘어흥어흥’“


D: "난 김밥을  발 채 말아서 김밥을 빼 낼 수가 없어 다시 풀었어요.“


E: "결혼 전에 연탄을 갈았는데 아침에 보니  윗 연탄은 하얗고 아래는 까만 거 있죠.“

   

이런 ...,,,,

40대, 50대들의 이야기라고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깔깔 웃으며 이야기 하다 보니 나이든 얼굴들 이지만

그 속에서  12살 어린 시절들이 밀려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나름 즐거웠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노래라도 합창할 분위기였다.


일본 속담에 바보와 미치광이는 피해가라고 했지만

‘바보가 많으면 웃음도 더 많다’ 라고도  했다.

의도하지 않은 바보짓은 긴장을 풀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래도 혹시 나를  진짜 바보라고 여길 사람들의 의구심을 지우기 위해

영국 속담을 인용한다.

‘그 누구도 항상 바보는 아니고 어쩌다 바보다


                                                                    ( 2008 4월 1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