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일상 & 작은 생각들 2009. 2. 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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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ver jumper-Agah Permardi)





 

훈이가 엽서 크기의 사진 2장을 슬쩍 꺼낸다.

응? 뭐지?

“주말에 친구들이 가자고 해서 자동차 쇼에 갔다 왔어요.”

자동차 사진이 멋있다고 해주니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도 보여준다.

그런데  차 사진은 한 장도 없고

야시시한  포즈를 한  레이싱걸들이 가득 들어가 있다.

“뭐야?”

“처음에는 차 구경 갔었는데요

차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누나들만 보이던데요.”


음 그리고 보니 16살이다.

다람쥐나 강아지처럼 귀엽던 14살 남자아이들이

16살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남자 티가 난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의 삼촌이 영사실 기사로 있어 방과 후에 모여

처음으로 여자의 가슴을 화면으로 보곤 기절하는 줄 알았다는 누구의 고백.

중학교 처녀담임 선생님을 40살 되도록 잊지 못했다던 또 다른 누구.

다 15~16살 무렵 시작된 일들이다.


그 나이에는 아무리 모범생이라도

하다못해 홈쇼핑 여자속옷 사진이라도 가위로 쏙쏙쏙 오려
마치 다람쥐 알밤 모아놓듯 소중히 숨겨놓는다.

너무나 자연스런 성장과정인데 남자형제 없이 자란 젊은 엄마는

마치 아들에게 악마가 씌인 양 침대 밑, 장롱 속 수색을 하고

찾을 때마다 아이는 두 손 들고 벌서고 반성문까지 쓰게 된다.

‘남들은 죽어라 공부하는데 이 길로 나가면 너는 낙오야~’ 야단을 맞으면서..


사진의 뒷면도 뒤집어 보여주는 훈이.

아잉~ 훈이씨 멋있어. ~~^^”  등등

레이싱걸들의 사인과 글들이 현란하다.


며칠 후 만난 훈이의 눈에 봄바람이 들어가 있다.

“공부하다보면 그 누나들이  떠오르지?“

“네에~ 강력하게요. 친구들이 또 가자고 하던데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강남은 그러고 보니 참 여러 곳을 의미하는 곳 같다.

친구 아니였으면  강남이 어딘 지 몰랐을거고 가지도 않았을 거라고

말하는 상황도 많고 말이다.


“훈이야 어떤 아저씨가 중학교 때 아이큐가 아주 좋아서 천재라고 난리가 났었는데

중간에 여자친구에게 영향을 받아서 ....어쩌구저쩌구....(중략)

지금은 처자식 밥 먹여 살리기도 힘들 정도로  아주 고생을 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가더라도 강남이 어떤 곳인지 잘 생각해야할 걸...? "


“그런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갈등하면서 아쉬워 하면서 하는 대답)

느끼는 대로 표현을 잘하는 훈이 같은 아이는

나선형을 그리며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건장한 남자어른으로 잘 자라는 것 같은데

엄마가 쥐어짜고 간섭하는 아이는 숨기고 방어하다 문제가 오히려 커진 경우를 보아왔다.


아들들과 싸우다 지친 엄마들이 나중에 하는  말이 있다.

“미쳐서 날뛸 땐 내버려 두는 것이 최고야.”


그런가...?

지켜보다가 시간차 조언(공격)을 살살 해주고 빠지고 또 해주면

항로를 수정하면서  그냥 폭풍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데...

쉬운 말 같아도 당시에는 모자지간에 다 힘든 일이다.

관제탑에 있으면 좋을 아빠들-그런 시기를 거쳤으니 -이 많은 경우

지상에서 또 다른 모토쇼에 가있는 경우가 많아 이래저래 힘든 엄마들.

남자 아이와 남자 어른의 차이는
집안에 사들이는 장난감 값의 차이라고 하는 말이 맞는 말인가...?
 

                                                                                                                (2008년 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