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머리보단 가슴이

일상 & 작은 생각들 2020. 9. 21. 23:08

오전에 응급실로 간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다.
오후 2시 반 예약까지 기다리기엔 두드러기가 온몸으로 퍼져있다고.
가보니 수척한 상태로 혼자 누워있는데 어찌나 측은한 지.
독신이기 때문에 위축되어 오랜 세월 저렇게 혼자 병원을 오갔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알러지 검사를 위해 조직 떼어내기를 비롯 일련의 처치와 주사 맞고 약까지 받으니 부풀었던 부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수납을 하고 왔을 때 병실 바닥에 핏방울이 수십 군데 튀어 놀라서 보니 링거를 뺀 자리를 꼭 눌러야했는데 잠시 방심한 사이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바닥의 피 닦는 청소부를 부르는데 신경쓰느라 환자는 무시하는 간호사를 보고 열이 뻗쳤으나 참았다. 멍하니 서서 거즈를 누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눈물이 나왔고 하마터면 엉엉 소리내서 울 뻔했는데 겨우 참았다. 평소 그녀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지만 vulnerable 한 모습에 너무나 측은했고 잘 돌봐줘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문득 세상 살아가는 이치가 이성, 머리보다는 가슴이 더 작용하는구나 깨달았다.
오늘 병원에 혼자였으면 참 힘들었을 것 같다고 고맙다고 했다. 주로 핵가족 중심으로 모든 노력과 헌신이 있어왔고 그 경계를 넘어서서 남을 돌보는 마음이 없었던 사람인 내가 이제는 봉사나 돌봄의 시야를 가져야겠다고 오늘에서야 느꼈다.
이기적인 시야를 이제서야 벗어나는 늦된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