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점령한 길

일상 & 작은 생각들 2020. 11. 16. 23:21

토요일 오전 11시 즈음 집을 나서니 왕복 4차선 사잇길에 은행잎과 다른 낙엽들이 가득 깔려 있어 깜짝 놀랐다. 언제 이렇게?
마치 밤새 내린 폭설이 도로를 덮어버리듯
노란색이 거리를 온통 차지하고 있어 어리둥절.
사람들이 걸어가도 길흔적이 나지않아 마치 산 속에 온 기분이 들었다.

치워지지 않은 채 일요일엔 점점 더 많아지고.
청소부 아저씨들이 데모하시나? 주말엔 출근하지 않아서 그러나?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는 노란거리는 걱정을 일으켰다. 밟힌 낙엽들이 가루가 되는거 아닐까? 낙엽이 자동차 바람에 날려 앞이 안보이게 되는건 아닐지 등등.
오늘 월요일 아침. 9시 넘어 나가니 낙엽은 더 쌓였지만 보도 가운데 한줄 사람이 걸어다니는 부분은 생겨있었다. 임시로 뚫어 놓은건지, 출근길에 밟혀 생긴건지.
걸어가다 보니 어떤 가로수 뒤에는 빗자루를 걸어놓은 곳도 있었다.
비상사태로 주민들이 모두 나와 치워야하나..?
'낙엽대란' 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볼 일을 보러갔다.
오후 1시.
집에 오는 길에 보니 드디어 낙엽을 치우는 청소부 아저씨들이 길에 보여 안심했다.
고생 많으시다고 인사하며 보니 모두 노인들이셨다. 불평하거나 힘들다고 할 줄 알았는데 결연한 목소리로 " 끝까지 다 치워야죠."하신다.
문득 은행나무를 올려다보니 아직도 수많은 잎사귀들이 위풍당당히 달려있어,
청소부들이 밤새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여 없애버리고 싶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시 한복판에 흩날리는 낙엽이 멋있다고 주로 생각해오다 이번에 치우는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