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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제삿날
어제는 기제삿날.
나란히 세워놓은 두 분의 사진을 들여다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그 분들에 대한 기억이 아주 조금은 재해석되는 기분이 들었다.
한없이 자상하시고, 본인은 내세우지 않고 구도자와 같은 삶을 살다가셔서, 지금 내가 살아갈 때 많은 부분을 따라가게 해주신 분의 눈빛에서 삶의 고뇌를 읽었다. 자신을 위해선 돈을 쓰지않으셔서 사진 속 양복은 볼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게하는 분.
반면 본인의 감정에 따라 말과 행동을 하고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게 만드셨던 분의 눈에선 오히려 인간적인 편안함이 느껴져 같은 사진인데도 세월 따라 조금씩 달리 보이는구나~ . 생각.
살아 생전 '관계'가 후자와 더 편했었다. 세련되진 못했어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줬달까...롤러코스터 타는 느낌으로 그 분 옆에선 힘들었지만 그래도 탁 터놓고 오고가는 말과 마음이 있었다.(정련되지 않아 힘들었지만.)
제사가 끝난 후 그녀가 말했다. "지난번 아파서 응급실 가는 과정을 겪으니 실버타운에 되도록 빨리 들어가야겠어."
다른 이가 말했다. "이제 남은 건 칠순, 팔순 잔치인데 자식들이 잘 해주면 재산을 미리 증여해야겠어."(올해들어 칠순 잔치에 대해 여러번 말하고 있다.)
그 말들을 듣고 처연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들은 자기 감정, 기분을 정직하게 표현하고 있구나 싶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생각을 알리니 듣는 사람들에게 거부아니면 이해,위로 받겠지만 적어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게하는 효과는 있다. 쿨하게 혼자 짊어지고 의연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는 표현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인지못하게 되고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알게되는 반면.
표현하는 이들의 특징은 일단 '본인'을 중심에 둔다.(와! '이기주의','개인주의' 용어가 이미 있네.)
한 걸음 물러나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이타적인 사람들은 자제, 극기의 삶을 살아나가고.
하지만 칼로 무우 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렵고
'인정있는 이기주의', '종교를 등에 업은 이기주의' '갈등하는 이타주의','무조건 핏줄 이타주의' 등 여러 사연을 붙일 수 있겠다.
하지만 성향따라 살아가면서도 겪는 경험에 따라 마음의 힘으로 노선을 조금씩 수정하며 성숙해가는건 아닐까 싶다.
어느 길을 걸었던 끝에 다다르면 같은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