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에 한발짝

일상 & 작은 생각들 2012. 12. 28. 02:13
 
 
 

 
 
배우들이 카메라가 돌아가는데에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리얼하게 연기할 때
엄청난 위선이 아닐까 종종 생각해본 적이 있다.
물론 연기자들의  엄청난 감수성은 인정하지만.
 
눈물을 줄줄 흘리며 소리지르거나 진실인 양  사랑을 표현할 때드는 생각이
'인간은 왜  연극이나 이런 가상현실을 필요로 하나...
 맨정신으로 살아가기엔 세상이 너무 재미없어서 술과 음악, 위로가 필요해서?
 한번뿐이 살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여러가지 버전으로 살고 싶어서...?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기자와 같은 유사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가수다>에 사연이 채택되어 모니터 평가단으로 초대받았다.
다음 시즌엔 현장평가단의 티켓을 보장 한다고 해서 
'테레비로 보는 것과 무슨 차이일까 에이..."하면서 갔는데
시작 전 띄워진 분위기로 청중들은 점점 카메라를 의식하기 시작.
 
이은미와 더원이 너무나도 노래를 잘 불러 초집중하며 정말 감동이었지만
 의식하지 않는다고 해도 옆에서 카메라가 스르륵 스르륵 왔다갔다하니 100% 무심하지는 못하겠다는 것.
 
장난 삼아 카메라를 응시하며 촬영자를 똑바로 보면 카메라맨이 오히려 당황할 정도로
모든 관중들은 마치 카메라는 원래부터 없는 양   연기들을 잘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보니 카메라 두 대가 팽팽 돌아가고 일일히 청중들의 표정을 잡는 현장보다는
그래도 카메라 한 대가 간간히 청중들을 찍는 모니터 평가단의 상황은 열기가 덜했는데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다른 모습을 얼마든지 연출해 낼 수 있구나...
 
임재범이 나가수 현장 분위기가 마치 관다나모 수용소 감시 분위기 보다 더하다고 했는데
계속 일거수일투족을 관찰 당하고 그 행동이 평가 받을 수도 있는 분위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상태는 그야말로 몇개의 persona를 지닌 변신의 대가가 될 듯.
그러다 나중에 거울을 보면 진짜 자기의 모습이 어느 것인 지 혼돈이 올지도...

 

그나저나  이은미가 두번째 노래에서 난조를 보였다
더원은 끝까지 심금을 울리며 잘 불렀고.
 
'막상막하이거나 누가 잘하는 듯 해도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말이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