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개질이 더 맞는

일상 & 작은 생각들 2015. 11. 13. 15:27


오랫만에 잡아본 손뜨개질.

코잡기,겉뜨개질,안뜨개질,코늘리기ㅡ

기억속에 있던 것+강사의 지도로 일단 목도리를 짰다.

놀라운 일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사람 옷,인형 옷을  뜬다는 사실.

시간이 많이 드는데 디지털시대에 이런 수공업적인 취미가...


고급스런 실을 사려고 동대문종합상가에 가보니 수많은 실가게에서

실만 사면 만들고 싶은 작품이 완성될 때 까지 무료지도를 제공.

정말 우리나라는  역동적이군...

구석구석 앉아 열심히들 짜고 있었고 멍석뜨기라는 패턴을 배워 집에와

밤새 짜보다 결국 고무뜨기로 목도리 짜다 새벽 4시에 잤는데

지금 온몸이 쑤신다.


흠 비생산적이야...나에겐 맞지않아 여기며 요즘 읽고있던

Veronika decides to die.를 집어드니 마음이 편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ㅡ읽는다는 것도 일종의 뜨개질.

손이 아닌 눈을 사용한.


새벽 수산시장의 부지런함, 실가게 젊은 부부의 성실한 삶ㅡ

아주아주 작은 공간에서(4명의  의자자리만 나오는ㅡ주문한

실은 어디에선가 가져오는) 웃으면서 부부가 서로 격려하면서

살아가는(그럼에도 남자의 얼굴은 색이 검어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

-모두 나의 삶의 속도와는  엄청  달리 빠르고 강하다.

게다가 온식구들의 옷을 짜는 수강아줌마, 할머니들의 열성도

놀랍기만 하고.

압구정 뜨개질 작은모임엔 TV탤런트도 오는데 실물도 예쁘지만

드라마 제작 과정이나 그들의 세계도 알게되고.


아마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못해서 손뜨개질을 적극적으로 하진

않을거다. 그로인한 기회비용이 너무 많다고 느끼므로.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손뜨개질적인 삶을 살지않아 

부자도 못되고 깊이도 얕은 상태로 살아가겠지만

ㅡ삶의 주변을 스케이트 타며 맴도는ㅡ

그래도 손뜨개질적인 삶보다는 눈뜨개질 삶을 

살아갈거다ㅡ그게 편하게 셋압되어 있으므로.


"곱게 사셨네요.  뜨개질을 한다는 것은 잊고싶은 사연이

많다는거예요..."옆에 있던 인형 옷 뜨개질 강사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