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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팍해졌었구나...
일상 & 작은 생각들
2018. 10. 22. 12:20
간만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꽃게를 사는데 첫 집에선 잘 해준다고 하면서 1kg당 3만원.몇 집 건너가니 2만5천원. 쑥 들어가니 2만원ㅡ2만원 짜리는 좋지않은 것 같아 중간값이면서 종업원 없이 혼자 파는 나이든 할머니의 2만5천원 짜리를 팔아주었다. 우럭은 kg당 2만원들을 부르는데 구석진 집에서는 만오천원을 부르고.
다음에 오게되면 처음부터 받을 가격을 부르라고 깍는거 싫어한다고 했더니 손님들이 워낙 깍아서 그렇게 하기가 쉽지않단다.
동네에선 단골가게만 주로 가기 때문에 이런 낯선 곳 물건 사기가 어렵다.
그리곤 어젯밤. 개업한 지인에게 화분을 보내겠다는 S와 같이 고속터미널 지하에서 흥정을 하는데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받은 영향인지 나도 모르게 밀어부치듯 값을 깍고 있었다.
S가 나이스하게 값을 물어보는게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바가지를 쓰고있는 내 모습 같아서. 돌아서 나오는데 지켜보고 있던 S가 나보고 그랬다. 가게 아저씨가 기분이 나빴을거라고. S의 돈을 쓰기 때문에 내가 더 깍으려고 했던 것.
그간 알게 모르게 강팍해진 아줌마가 되어있었구나 싶으면서 부끄러웠다.
상인을 불신하며 좁은 시야로 깍는데만 신경쓴 속좁은 아줌마.
오늘 S 가 중고 랩탑 컴퓨터와 휴대폰을 파는데 따라가 지켜보니 조용한 목소리로 서로 기분 좋게, 웃으며, 존중하며 사고 팔고 했다.
어젯밤 카톡으로 물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예상 가격 견적도 알고 갔기 때문에 난데없는 기 싸움, 후려치기, 상인에 대한 불신없이 잘 진행.
젊고 어린 사람들이 저렇게 합리적으로 인격적으로 거래를 하는데...
상거래를 할 때도 예의를 지켜야겠다는 걸 오늘 배웠다.
꽃가게 사장님이 보낸 메세지에는 화분을 잘 배달하겠노라고 사진을 찍어보내면서 연신 사모님 사모님하는데 어찌나 미안한 지...
미국에서 큰 시야로 열심히 산 S가 공부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좋은 태도도 몸에 지녀 보기 좋았고,S의 태도에서 '어느 상황에서든 타인의 인격 존중하기'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