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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체험 후
일상 & 작은 생각들
2019. 11. 2. 19:35
남편은 고가의 시계를 좋아하고 몇 개 가지고 있고 아들에게 나중에 물려준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시계, 반지, 보석류에 큰 신경을 쓰지않는다. 의사부인인 지인 A의 2500 만원 짜리 손목시계가 불빛 아래서 챠르르~ 빛을 낼 때에도 예쁘다고만 생각했지 부럽다거나 사야지 하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 어떤 계기에 지인이 남편에게 나한테 좋은 시계를 사주라고 조언하면서 일이 시작.
아무리 옷을 잘 입거나 가방을 잘 들어도 시계가 후지면 등등...라고 하면서. 나는 아예 시계를 착용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는데...
뒤늦게 미안했던지 남편이 데리고 간 백화점 시계 코너에선 그나마 까르띠에 중 싼 시계가 1200백 만원이고, 보석이 첨가되거나 그외 유명 메이커 시계들은 2천, 3천은 보통이고, 억대 인 것도 많아 끝이 없었다.
작년 필라델피아에서 딸 시계 사줄까하고 구경할 때도 3천 만원짜리를 보고 너무 비싸네 하고 구매하지 않았지만 (3만불을 3천불로 잘못 읽어 생긴 해프닝이 있었다. 불프 때 100불짜리 시계를 산 딸은 만족스럽게 잘 쓴다고.)정작 내 것을 사려니 천 만원 짜리도 주저된다.
남편은 와인, 차, 오디오, 시계 등 고가의 물건에 관심갖고 구매를 하면서 취미생활을 해서 같은 집에 살아도 다른 세상을 산 셈.
세상 사람들은 어떤가~하고 유튜브로 찾아보니 고가의 시계 컬렉션 소개, 1년인가 2년만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6개 산 이야기 등 가방 소개, 쇼호스트인 남자의 집 소개ㅡ세계 명품을 가져다 놓았는데 산만하고 교양은 없어보임ㅡ롯데 시그니엘에 사는 지인의 집 방문기 등등 나같은 보통의 사람의 재력으론 무리인 여러 구매 행태들이 올라와 있었다. 예쁜 사람이 예쁜 물건을 착용하고 소개해주는 것을 보는 것은 나름 재미있었지만, 재력은 되는데 교양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엔 겉돌고 있었고, 진짜 부자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주변인들이 카메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은 듯 했다.
어제 청담 프라이빗 극장에 초대받은 손님들 중 혼자온 나이든 남자노인이 내 옆에 앉아도 되냐할 때 그리 기분이 좋진않아 '아... 나도 모르게 노인에 대한 차별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손가락에 보석반지를 끼고 전화로 비서에게 조용히, 교양있게 이것저것 지시하는 내용으로 보아 엄청난 부자로 보였지만 나에게 근처에 사느냐 등 계속 질문을 해대서 그 노인이 친절하다기 보다는 '아무리 부자래도 나이 때문에 말이 많아지고 좀 주책스럽구나.' 라고 느껴졌다. 돈이 많아도 나이로 인한 열등감을 이기진 못하는 노인의 모습이랄까.
이런저런 간접적인 동영상 보기나 주위에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린 결론은 ㅡ사치나 허영, 남에게 보여주기, 중독수준에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형편이 된다면 사기. 하지만 물건보다, 재력보다 사람이 먼저이기.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을 그저 연속극에 나왔다 잊혀지는 극중인물들처럼 생각하면 그리 부러워 할 것도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