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

일상 & 작은 생각들 2020. 11. 9. 23:39

이틀 전 롯데타워 81층에 있는 비체나에서 식사를 했다. 미세먼지가 조금 있는데에다 주변이 아파트 천지라 내려다 보이는 뷰가 생각보다 별로 였다. 남한산성이나 아차산에서 보던 풍경과 별 차이없는. 저녁식사였다면 조명효과는 있었겠지만.
두바이의 버즈칼리퍼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풍경에 비해 삭막하다고나.
fine dining이라 재료나 조리방법등을 일일히 설명하니 꿈보다 해몽이라고 맛보다 '음식님'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좋았다.
(환상적이라곤 못하겠고.)
장을 봤다면 일주일 치 식비에 해당되는 돈(3명의 식사비 합해서)을 점심 한끼 비용으로 쓰고 조금은 아까운 생각도 드는 것은, 그간 쌓인 경험을 넘어서기가 쉽지않아서.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미슐랭 스타 식당 중의 한 곳에서 하자는데 그보다는 차라리 부티끄 극장에서 현장녹화 또는 생중계하는 콘서트나 오페라를 보면 어떨까도 생각. 얼마전 봤던 짤츠부르크 축제 작품인 <살로메>가 제법 괜찮았기 때문에 든 생각.
그런데 저녁에 넷플릭스에서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보다 가 차라리 이런 작품을 TV에 연결시켜 큰화면으로 본다면 위의 이벤트 못지않은 크리스마스 보내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년이 넘는 기간동안 촬영하며 따라간 생명과 자연에 대한 관찰이자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철학적 작품인데 촬영 영상도 뛰어나 예술작품 속을 헤엄쳐 다니는 기분이었다. 문어의 지능이나 생존전략이 뛰어나서 놀랐고, 본능이겠지만 종족번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에 경외심도 들었다. 오래 전 제수거리로 재래시장에서 살아있는 문어를 사고 삶는 과정을 지켜봤을 때 머리부분이 뒤집혀 속내용이 제거되었는데도 상인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의자 밑으로 숨어들던 문어가 새삼 떠오르기도 했다.
제작자의 엄청난 노력의 결과물인 작품 자체로 박사학위를 받아도 되겠다 싶었다.
크리스마스라고 꼭 좋고 비싼 이벤트를 하며 흰눈 사이를 헤치며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건 아님.~
군밤, 와인, 찐빵도 좋고, 캐롤도 틀어놓고 싶으면 틀고, 캔틀, 트리 불도 켜고 등등 그리고 따뜻함과 웃음이 있으면 되지.
일년 잘 지내게 해준 감사도 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