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일상 & 작은 생각들 2009. 2. 17. 15:20

 








                                                                                                                                          (reborn-Ben Goossens)


 

4월 첫 주가 벌써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뒷마당에 몰래 들어와 작은 된장 단지를  움켜쥐고 냅다 뛰는  작은 도둑처럼.
굳이 잡을 생각도 없는데 바삐 달아나는 그 뒷모습은

언제나  아련하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숨 가쁘게 느끼게 되는  4월.

하지만 4월이  갑자기 오지는 않는 것이

2월 말쯤이면 머리 위 30 미터쯤에서 공기는  슬슬 맷돌질을 시작한다.

빙글빙글 사방 따뜻한 기운을 내려 보낼 준비를 하느라 바람이 불면서  먼지가 일면,

도곤도곤 내 마음도 설레임으로 바빠지는데

눈으로 ,마음으로  맞이할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 남쪽 지방에 매화가 폈어요

산수유도 폈어요

개나리 진달래도 난리가 났어요

목련이까지 치맛자락 펄럭이며 편들고 나섰어요


미인 대회에서  이쁜이가 하도 많아 점수  매기기는 커녕 쳐다보다 넋이 나가 듯

그렇게 4월은 해마다 나에게 기쁨을 밀물처럼 들이 민다.

영어 단어  “pop" 
거의 소리없이 폭 터지거나, 없던 것이 나타나는  모습.

봄의 꽃들은  그렇게 나에게  “팝”으로 다가온다.

절정엔 영화 <동막골> 강냉이 터지듯 말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한 T.S 엘리엇의 싯구를 나는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기말고사 때문에 그냥 외웠던 구절;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으로부터

     라일락을 싹 틔우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얼어붙은 뿌리를 움직인다.

   “... 현대 물질주의 문명의 부패와 타락, 1차 대전 후 인간사회가 불모화 되  어 가는 현상과 전후의 환멸,그리고 문명의 기계화로 인해 정신문화가 피폐되고 인간의 상호관계가 단절됨으로 인해 소외 의식이 심화된 현대인의 정신적, 육체적 제 문제를 사회학적이고 문명 비평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사방 만물은 생동감 있게 소생하는데
희망을 잃어버린  인간의 정신은 소생하지 못하고
그리하여 오히려 찬란함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뭐 그렇게 이해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봄날에 그렇게 심각하다가는

소반에 차려내온 따듯한 보리밥, 된장, 상추를 눈앞에 놓고

‘인간은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

따지다가 밥은 쉬고 상추는 시들고 된장에 개미가 뒤끓지는 않을 런지..

봄은 오는 대로 가슴을 열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2008년 4월  7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