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빙 돌고있는 중

일상 & 작은 생각들 2020. 11. 21. 15:35

이틀 전, 잘하는 살롱에서 헤어컷을 하고 오늘은 뽀글이 파마를 해주는 미장원에서 앞머리와 정수리 부분만 파마를 하고 있는 중인데 머리가 빙빙 돌고있다.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인데 끝없이 떠들고 있다.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자신의 옆집 사람 흉부터 자기 집 이야기ㅡ아들 집 세번에 걸쳐 사고 판 이야기며 손자 고등학교 가는 이야기 등 끝없이 떠드는데 자신의 일대기를 풀어놓는 중이다.
작은 미장원이라 어디 피할 데도 없고. 웬간하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인데 생전 처음 모른 척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뒤늦게 들어온 젊은 남자는 이어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배터리가 조금 뿐이 없다.
무척 외로운 사람인가 본데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다. 소음의 극치.
켜놓은 TV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혼자 떠들고 있다. "나는 남편이 가진게 없어서 너무 없이 살아서 내딸은 잘 살기 바랬는데 사위 놈이" 그러다 갑자기 울기 시작. 어딘가 쏟아놓을 데가 필요했는듯.
뽀글이 미장원이래도 이 동네 토박이들이 오고 그 토박이들은 젊잔은 편이라 그간 이곳에 오면 배울 점이 있었는데 이런 분은 처음이다.
한 시간 반 넘어가는데 남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듣지않고 끝없이 '떠드는' 사람은 처음 봤다.
옆집 사람 흉을 보고 있는데 듣다보니(듣지않으려고 해도 귀에 들어오니)
이웃이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이 문제다.
지금은 아기 업고 꽃장사, 청소부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네버엔딩 스토리가 이런거구나.
나머지 3 명의 손님들도 뭐라 말은 못하고 고문 당하는 중이다.
파마 끝나려면 아직도 30분은 더 남은 것 같은데 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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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원 원장이 미안했는지 내 머리부터 봐주어서 집에 바삐 돌아왔는데 아직도 멍하다.
말이 많은 그 손님은 힘든 세월을 살아왔고 가난했지만 생활력이 강해서 지금은 먹고사는데는 문제가 없는 듯 했다. 마치 레이더를 풀가동하듯 남의 일에 간섭하고 말 거는데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듣게 만들려는 행동으로 귀결된다. 아들들과 그 며느리들, 딸들과 사위들과의 관계도 좌충우돌인듯한데 돈을 주거나 손주들을 돌보거나 밥을 해주는 것으로 관계가 유지되는 듯 했다.
관계정립에서 대화와 심리상 알맞은 거리두기가 되지않고 일방적으로 쏟아내니 상대방을 극피곤하게 하면서 질리게 만들어 멀리하게 만드니 외로움에 빠져있는듯.
그 모든 이야기를 뭐라않고 들어주는 원장이 웬간한 심리상담가보다 낫게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