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다보면

카테고리 없음 2025. 1. 25. 21:33

새해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은 산행이나 둘레길을 걷고 있는데 잘한 결심이구나 생각.

오래된 나무가  뿌리 부분이 썩었는지 넘어져버린 모습ㅡ거의 허연 색깔이 마치 뼈같이 보인다ㅡ을 보면서  크고 오래 버틸거란 나무도 사람처럼 짧게 속절없이 무너지는구나... 그리고 동시에

불휘 기픈 남ᄀᆞᆫ ᄇᆞᄅᆞ매 아니 뮐ᄊᆡ
곶 됴코 여름 하ᄂᆞ니
를 떠올리게 되고,

오늘 걷다 보게된 박인환의  바위에 일부 적어놓은 시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와 숙녀 중)

를 들여다보고   의미를 되새겨봤다.
학창 시절 휘리릭 지나쳤던 시의 한 대목이 이렇게 다가오다니...

속절없이 쓰러져 백화되고 있는 쓸쓸한 나무의 잔재나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한 인생ㅡ 지나가는 바람같은 삶일 수도 있는데 얼마나 속좁게, 이기적으로 아둥바둥 거리는지...돌아보게 된다.

산 속에서 녹아내리는 얼음골짜기, 가지 사이에 조용히 추위를 견뎌내는 새들. 그리고 조용함
속에서 머리를 비우고 겸손함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