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박 완서

일상 & 작은 생각들 2011. 1. 26. 12:43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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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돌아가신 박완서님
그의 글을 그리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


 나중에 나이 들면 절절히 시 상황이 느껴질 때가 올 것 같다.

M이 최근 이메일에서 한 말

"....40대 부터는 그렇게 '개별화'하면서 살던 사람들이 '일반화'에 묻혀 "휩쓸려 사다가"

무상한 '노인'이 되어 제 인생 감당못하면서 시간만 죽이는 게 될까봐 두렵다...." 고

하지만 아직은
 시지푸스처럼 ,,버틸 수 있는 한, 갈수 있을 때 까지는 열심히 살아봐야지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