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사람들

카테고리 없음 2024. 6. 29. 04:32

50대에 백발인 여자 L.
약한 부분을 감추느라 반대로 강해보이려한다.
갈등, 불안,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심전도 그래프  읽히듯 보여지고 있다.

젊었을 땐 상당히 미인이었을테고 지금도 그 나이에 비해 찬찬히 보면 예쁜 70대 H.
머리가 완전 백발. 모델과 연기 일을 하는데  처음엔 상당히 강한 캐릭터로 다가와서 마녀스럽다고 느껴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눈빛이 살아있다.

50대인 또다른 L.
상냥하고 생글생글 웃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친절한 사교성이 몸에 체화된 사람.
나이가 있으니 처음 보기엔 평범한 아줌마로 보였는데  대화나눠보니 배울 점이 많다. 순간적인 한계는 보이지만.
그런데 결혼을 안한건지, 이혼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녀는 없다.
직장생활을 너무 열심히 하다 자신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어느 날  사표쓰고 자기개발을 열심히 하며 잘 살고있다.

약삭빠르게 손을 부비고 실리를 챙기지만 교수로 교육자였기 때문에 기본은 선한 남성 K.
집에 있으니 아내가 구박해서 밖에서 활동한다는데 처세술과 노력이 같이 눈에 들어온다.

딸과 살아가는 역시 70대 여자분 K.
국제적인 모임, 봉사, 영상작업, 독서 등 아주 열심히 살아가는데 조용한 가운데 쓸쓸해 보이기도.
며칠 전 화장실에서 마주 쳤을 때 내 등을 한번 두드리고 나갔다. 무언의 친근 표시.

이들이  공동의 관심사로 뭉쳐  80대까지 같이 가기로 했단다.

일상이 밀접하게 얽혀 돌아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나는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야한다.
그런데 작업 때문에 몇 주간 그들과 가까이 접촉하며 그 속에 들어가보니 인정, 소속, 대화, 가까움을 느끼겠고 그들도 좋아한다. 나보고 볼매라고.  마음먹으면 그 속에 들어갈 수 있으나  거리를 둔다.

좋아하는 관심분야를 기본적으로  혼자 공부하기 때문에 ( 필요하면 혼자 전문강의를 찾아가거나) 우르르 일주일에 몇번이나 모여 번거롭게 돌아가는 스타일은 나에게는  정신사납다.
기본적으론 내 자유시간이 중심이고 서로 어울리다가 재빨리 원상태로 돌아와 마음이 편한 상태가 되어야한다.

가만히 보니 공통사항들이 외로운 사람들이다.
서로 의지하고 스며들어 거기에서 받은 에너지나 시너지는 참 긍정적이다.
그런데 개별, 개인의 시간이 되면 공허함을 엄청 느낄 듯도 하다.

동네에서 거의 매일 붙어다니던 그룹이 나중에 이사, 등 여러 이유로 흝어졌을 때 우울해하고 불안해하던 모습. ㅡ혼자서는 훈련이 되지않은 상태로 어울려 혼자서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모습을 많이 봤다.